관람시간 / 월~금요일_10:00am~07:00pm / 토요일_11:00am~06:00pm / 일요일 휴무
갤러리 눈_GALLERY NOON
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17번지 네이처포엠 #203
Tel. +82.2.542.9691
책의 소유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한다. 첫째로 옷이나 가구를 살 때처럼 책값을 지불함으로써 소유하게 되는 재산권의 획득으로 인한 소유, 다시 말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개념에서의 물리적 소유가 있다. 그러나 책에 있어서, 이러한 구매행위에 의한 소유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우리가 논하려고 하는 진정한 책의 소유라 함은 그 책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읽어내고, 그 내용을 자기화하는 과정에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습득하고, 그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를 독자만의 개념체계와 결합시켜 정리한 후 머리 속 또는 가슴 속 깊이 잘 간직해 두는 과정을 온전히 마치었을 때, 비로소 그 책을 진정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책이라 함은 단순한 사물의 범주를 넘어서 특별한 상징성을 갖고 있는 마술적인 것이다.
● 이번 『In My Library』전에서, 우리는 권두현, 정자영 이 두 동시대 작가가 자기만의 어법으로 이미지화하는 「책의 상징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정자영은 책이란 대상을 실존적 시각으로 접근하였다. 작가는 책장 안에 가지런히 정렬된 책들을 크게 확대하여 사실적인 기법으로 그려내는데, 이런 작업들은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책을 대상으로 그리기 시작한 초기, 작가의 화두는 ‘이 책을 소유하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이었다. 소유하고 있는 책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분모를 찾아냄으로써 그 사람의 내적 세계를 탐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그녀의 작업은, 최근에는 ‘책의 소유자’에서 ‘책’ 그 자체로 그 초점이 옮겨져 ‘누가 나(책)를 선택해 줄 것인가?’ 에 멈추었다. 대형서점 속 진열용 책장에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는 책들은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마술적 힘을 숨긴 채, 자신을 선택해 줄 소유자를 기다리고 있고, 작가는 이 순간 팽팽히 감도는 책과 소유자와의 관계 속 긴장감을 표현한다.
● 권두현의 작업은 책 안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이다. ‘작업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듣고 싶다’라는 질문에 작가는 자신의 작품 이미지를 펼치며 ‘이게 어떤 장면 같아요? 이건 무어라고 쓴 것 같아요?’라고 반문했다. 하나씩 하나씩 작품의 이미지를 보면서 만들어진 혹은 만들어낸 나의 이야기를 건네자, 작가는 ‘바로 그것! 바로 그것이 내 작업이예요’라고 했다.
● 우리가 그의 작업과 조우하는 순간, 우리의 마음 속 한편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일의 회상이 될 수도 있고, 억지로 꼭꼭 묻어 두고 외면해왔던 풀리지 않는 기억일 수도 있다. 이렇듯 그의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각각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그 이야기 속에서, 오롯한 감정의 흐름을 자각하게끔 한다.
●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대상과 보는 이의 극히 사적인 삶, 경험, 기억 등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교류하여 만들어 낸 나만의 이야기인 것이다.
● 이번『In My Library』전에는 진정한 소유의 의미로서의 책이 존재하고, 그 책 안 속에는 나만의 네버앤딩 스토리가 존재한다. ■ 갤러리 눈
누군가의 집에 가게 되면 그 사람의 책장에 어떠한 책들이 꽂혀있는 지 살펴 볼 때 가 있다. 그 책들을 통해서 그 사람은 어떠한 것을 좋아하는지 최근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약간이라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타인의 대한 호기심과 책에 대한 나의 애착은 주변의 책장을 그려 나가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그곳의 책들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기를 원할 것이며 준비된 자세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책의 일이면 의무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책들의 공간으로 들어가면 그것들이 사물이 아닌 숨쉬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인 기분을 가지며 규칙적으로 꽂혀있는 책들의 모습에서는 묘한 긴장감을 느끼기도 한다. 책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적이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그려나간다. ● 그림 속 화면의 이미지들은 기본적으로 사진을 기초하고 있다. 내 주변의 책장들과 교보 같은 서점의 이미지를 카메라에 담아 와서 그림을 그린다. 책을 그리면서 표지에 적힌 다양한 화가들- 피카소, 샤갈, 마티스 등-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한번은 들어 본 듯한 그리고 미술사에서 거장이라 불리워지는 이름들이다. 화면 안의 같은 책의 연속성과 출판된 인쇄물의 결과물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닌 화가의 이름과 책이라는 것이 만나 그들의 가치와 작품을 상상하면서 시간성과 역사성을 가지기를 바란다. 이러한 느낌이 그림 속 확대된 책과 책장이라는 공간이 만나면서 가질 수 있는 거대한 세계가 내가 그려내고 싶은 공간이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거대한 책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며 주위의 평범한 숨어있는 공간에 애정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정자영
“찰칵” 소리 한번 들려오면 눈에 보이는 이미지 하나가 손 안에 카메라에 담긴다. 붓질 한번, 종이 한 장 없이 말이다. 여기에는 카메라로 찍는 동작(work)과정이 있다. 그 후 모니터와 인화지 위로 결과물이 나타난다. 디지털 시대의 사진 인과 과정은 다양한 프린터의 결과물이고, 이것을 필름사진의 인화과정을 대신한다. ● 연출한 이미테이션 이미지가 홍수를 이루는 현대에, 난 아직도 현실의 생활에서 얻은 장면에서 더 큰 감동을 받는다. 인위적이거나 연출된 사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말이다. 그러나 사실 그 자체의 형상만을 담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 때의 느낌과 감동을 표현하고 싶다. 늦은 저녁, TROCADERO에서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의 점등 장면을 보는 순간, 마치 하늘의 변들이 쏟아져 에펠탑을 장식하는 듯한 모습과 그 때의 감동은 또 한번의 ‘찰칵’ 소리와 함께 카메라에 담겼다. 이러한 순간순간 마주하는 내 삶의 감동의 형상들이 이번 작품들이다. 파란 하늘에서 만난 생각하는 구름은 나를 과거의 삶을 돌아보도록 만들었으며, 마치 수상도시처럼 보이는 도시를 담은 배들은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영화의 꿈을 꾸게 하고, 사랑을 가득 담은 인형의 모습은 나를 눈물 나게 한다. ● 사각의 공간 속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삶의 모습, 그 모습은 내 것일 수도 이 글을 읽는 당산의 것일 수도 있다, 내 사진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느냐 보다 그 속에 어떤 삶의 순간이 어떤 느낌으로 담겨있는지 보아주기를, 찾아주기를, 느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권두현
